문장이란 것은 조금만 다듬어도 어느새 글에서 느껴지던 습도가 달라져 금새 구조만 맞을 뿐인 무미건조한 글로 변하게 된다.
때문에 글을 처음 쓸 때의 신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 초본은 종이에 쓰는 버릇을 들이게 되었다. 이것에는 모든 것이 남는다. backspace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흔적이 새겨진다. 삭선의 고뇌까지도.
새겨진 기억은 오직 바람만이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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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쓰기 – 제1장, 제2일
그대, 행복만을 향해 달려가라
하지만 너무 많이 달리지는 말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행복은 내 뒤에서 달려간다
_브레히트
•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브레히트의 시에 동의하는가? 누구나 노력하면 행복이 찾아오는가? 그리고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행복은 아주 순간적으로, 또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일까?
– 행복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남에게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정신적인 자유의 행태가 아닐까 한다. 단, 이것은 자본으로 가능한 형태를 말하지는 않는다.
– 누구나 노력한다고 행복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냉정할 정도로 만물에게 공평하다. 때문에, 세상은 공평할 수 없다. 등가법칙은 물리적 세계에만 국한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맞을 것이다. 행복은 아주 순간적으로, 또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나타내는 단어는 단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을 살리는 동사는 단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을 형용하는 것은 하나의 형용사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단어를, 그 동사를, 그 형용사를 발견할 때까지 찾아야 한다.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적당한 것으로 만족하거나 교묘하게 말해서 속이거나 말의 요술을 부려서 바꿔 쳐서는 안 된다.
– 플로베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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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쓸 때 저 말이 곧잘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내가 글을 쓰기 전에 느끼는 것.
나는 글을 쓰려고 하는 기간(필살의 영감이 떠올랐다고나 할까, 나만의 독자적인 사고가 성립되 었을 때)에 다른 이들의 글에 손을 대는 것(읽는 것)이 굉장히 두렵다. 왜냐하면 어느샌가 내가 그 작품에 영향을 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향을 받지 않고 쓰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어도 최근에 접한 가슴 속에 남아있는 사고의 영향은 끊을 수 없다. 만약 읽으려는 책이 쓰려는 주제나 이야기가 연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위험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그렇다.
책을 써야함과 동시에 읽어야 할 때마다 내 마음은 마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듯하다. 손에 잡혀 있는 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기 힘들다. 미쳐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신의 영감에서 흘러나오는(오염 또는 감염되니 않은) 글을 쓰려면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대부분은 결국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기간에 공백을 두게 된다. 그렇게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긴장감은 식어버리고 결국 몇 줄만으로 ‘앞으로 써 볼만한 항목’에 쳐박하게 된다. 그렇게 된 시나리오와 구성은 10여개를 훨씬 넘는다.
이런 때에는 책을 불태우지 않는 이상은 안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