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술관에서…….

  예전에,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어디의 어떤 미술관인지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몇 년
전인가에. 한 미술전을 보러간 적이 있다. 유명 미술전은 아니고 어느 한 미술가가 사진이나 옷인가 위에다 유화로 그림을
그려놓거나 하는 것이었다.
  음… 사진 촬영은 당연히 금지지만, 카메라 폰이 막 나올 때였는데, 한 분이 사람도 없고 한가해서인지 그걸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아… 너무 부러웠다. 그 때부터였다. 나의 망설임!! 사진을 공유해달라고 할 것인가?! 말것인가?!
  전시도 다 본 터라 한참을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문을 나선 그 분. 미술관을 나와 이미 골목을 돌고 있었다.
  카운터에 내려가 팜플렛 가격을 물어봤는데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해서 그냥 나왔다.
  나도 집에 가야겠다면 골목을 돌았다. 어랏? 그런데 한참 전에 골목을 돌은 사람이 아직도 근처에 있는 것이다. 막 지하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오, 이런 기회가?! 둘레둘레 달려가 “저기요!”하고 말을 걸었다. 단숨에 팽그르 돌며 “예?”하고 쳐다보았다.
  “실례합니다. 아까 미술전에서 핸드폰으로 사진 찍으셨잖아요. 혹시 컴퓨터로도 옮기실 수 있나요?”  말하고서는 아직 일반인은 찍기만 하지 옮긴다고는 생각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치며 안타까움 반.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기에 혹시 가능하면 사진을 보내주실 수 있겠냐며 노트를 찢어 내 전자우편 주소를 적어주었다.
  당연하겠지만, 서신은 오지 않았다. 서신을 기다리며 생각하다보니 나의 어이없음에 절로 안타까움과 웃음이 나왔다. 설마하니, 내가 그 분 당신께 작업을 걸었다고 한것이었겠지.
  그 분은 얼마나 당혹&당황 했겠는가. 머리에 피가 마른 적도 없어 보이는 녀석이 이상하게도 계속 쳐다보다가 미술관 밖에서 불러서는 핸드폰에 들어있는 사진을 공유해달라면 전자우편 주소를 적어주는 것이다.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재밌는(그리고 부끄러운) 경험이다.

One thought on “예전에 미술관에서…….

  1. Glradios

    drzekil 부끄러우셨나요..
    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참 부럽습니다..^^
    07|07|20 20:53:33
    Kasca 열정!
    07|07|21 09:36:52
    루시아 상대분이 이성이었던 모양이네요..
    그럴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거 같긴해요..
    07|07|21 16:37:12
    Redsoul 저 였으면 못 물어봤을텐데ㅋ전 소시미스트라서ㅋㅋ:D
    07|07|22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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