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카님의 강력한 추천에 1권은 새책으로, 나머지는 중고로 전권 사들여 읽게 되었다.
장르는 환상문학. 시대는 대략 근대기에 들어서는 시점인 듯하다. 주인공은 막 20세를 갓 넘긴 젊은 전직 호스트로서 어렸을 적부터 꿈꿔오던 기사가 되고자 추천장을 들고 왕성을 향한다.
대외 행사 및 홍보, 잡역꾼이라는 (허울 좋은)기사라는 소재는 의외로 꽤나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대량생산되는 환상문학 대부분의 주제와 소재가 현실감에서 일찌감치 멀리 떨어져 있어, 독자가 세계에 관한 체념과 본래(현실) 세계를 깨닫게 하는데 비해서, 이 소설은 왠지 있을법한 사건과 세계를 다루고 있다. 세계는 다르지만 우리와 현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상문학과 같은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이 세계는 아신 이라 불리우는 기적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지만 동서남북 4명 뿐,신기를 다루는 자는 없다. 마법처럼 보이는 텔레파시 기술도 있지만 뜯어보면 인간의 잠재능력(설정)을 이용할 뿐이다. 먼치킨과 같은 영웅은 있지만 그들이 죽지 못하는 존재는 아니다. 이러한 정연된 충분한 요소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물은 읽는이에게 소설 속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감각은 현대 독자들이 작품에서 느끼고 바라는 점인데, SKT는 이를 충족시켰다. 같이 생산된 다른 작품보다 앞서있는 새 시대의 작품이다. 물론 이것이 장르 문학의 생산 시스템에 걸쳐 이미 결정된 이 책의 숙명까지 바꿀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역시 등장인물에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 살아 있는 캐릭터! 현실감을 빼두고서라도 하나의 존재로써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다! 사악한 수호자 철혈대공 아이히만, 과묵과 기사도 카론, 무신론 성자 오르넬라-성녀, 단순함의 미학 무라사, 코스튬 플레이 차일드 알테어, 남성의 이상형 위고르 그리고 기타 등등. 서로의 몸와 마음, 생각을 가진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각기 행동한다. 이것이 단순히 사건의 발생을 위해 의도되었다 할지라도 이로 인해 캐릭터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되었다. 세계는 넓고 사람은 많다. 재밌고 많은 얘기를 전달하려다 보니 생기는 먼치킨 캐릭터는 피해가지 못했지만 나름 근거를 통해 흔적을 없애려 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주인공 엔디미온 만큼은 오히려 이러한 점을 못느끼겠다. 1인칭(엔디미온) 시점의 소설임에도 그 만큼은 튀어보이지도, 나아보이지도, 사건의 현장에 있어도 그 중심에 서 있지는 않아 보인다. 마치 관찰자 같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일까하는 의구심까지도 든다. 단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하여 쓰여진 가상의 인물처럼. 마지막 책을 덮는 순간 엔디미온은 이야기꾼으로써 매우 충실한 캐릭터이며 모든 사건의 부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에 끼어들어 관찰할 뿐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가 없어도 이야기는 진행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꽤나 마음에 눈에 거슬렸던 점이 하나 있는데,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살인하지 않는 주인공 또는 히로인이라는 형식이다. 주위에서(인물, 사건)는 그렇게나 살이 잘리우고 피가 솟구쳐도 마지막의 해피해지는 순간까지 고객(관객)에게 선물해줘야할 대상이니 깨끗하고 더럽혀지지 않게하여 깨끗한 새하얀 맛을 주려는 듯 보호되는 것이다. 이런 미학은 내게는 안맞다. 허접한 작품에서나 보이는 형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까웠다.
읽으면서 마치 영화의 신scene처럼 장면장면 단위로 전개가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오랜만에 읽는 번역판이 아닌 원어가 한국어인 소설을 읽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작가의 실력은 같은 계열의 다른 작가(대량의 초판1쇄만 찍히는 작가)와는 당연 비교를 거부해야 하겠다. 이 정도 글발이면, 이 소설은 휘날리는 타법으로 타자기와 인쇄기가 활자 찍듯이 쓴 책은 아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분이시다.
간만에 낄낄거리며 책을 읽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꾼 그대의 길에 별이 빛나길!
장르는 환상문학. 시대는 대략 근대기에 들어서는 시점인 듯하다. 주인공은 막 20세를 갓 넘긴 젊은 전직 호스트로서 어렸을 적부터 꿈꿔오던 기사가 되고자 추천장을 들고 왕성을 향한다.
대외 행사 및 홍보, 잡역꾼이라는 (허울 좋은)기사라는 소재는 의외로 꽤나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대량생산되는 환상문학 대부분의 주제와 소재가 현실감에서 일찌감치 멀리 떨어져 있어, 독자가 세계에 관한 체념과 본래(현실) 세계를 깨닫게 하는데 비해서, 이 소설은 왠지 있을법한 사건과 세계를 다루고 있다. 세계는 다르지만 우리와 현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상문학과 같은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이 세계는 아신 이라 불리우는 기적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지만 동서남북 4명 뿐,신기를 다루는 자는 없다. 마법처럼 보이는 텔레파시 기술도 있지만 뜯어보면 인간의 잠재능력(설정)을 이용할 뿐이다. 먼치킨과 같은 영웅은 있지만 그들이 죽지 못하는 존재는 아니다. 이러한 정연된 충분한 요소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물은 읽는이에게 소설 속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감각은 현대 독자들이 작품에서 느끼고 바라는 점인데, SKT는 이를 충족시켰다. 같이 생산된 다른 작품보다 앞서있는 새 시대의 작품이다. 물론 이것이 장르 문학의 생산 시스템에 걸쳐 이미 결정된 이 책의 숙명까지 바꿀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역시 등장인물에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 살아 있는 캐릭터! 현실감을 빼두고서라도 하나의 존재로써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다! 사악한 수호자 철혈대공 아이히만, 과묵과 기사도 카론, 무신론 성자 오르넬라-성녀, 단순함의 미학 무라사, 코스튬 플레이 차일드 알테어, 남성의 이상형 위고르 그리고 기타 등등. 서로의 몸와 마음, 생각을 가진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각기 행동한다. 이것이 단순히 사건의 발생을 위해 의도되었다 할지라도 이로 인해 캐릭터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되었다. 세계는 넓고 사람은 많다. 재밌고 많은 얘기를 전달하려다 보니 생기는 먼치킨 캐릭터는 피해가지 못했지만 나름 근거를 통해 흔적을 없애려 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주인공 엔디미온 만큼은 오히려 이러한 점을 못느끼겠다. 1인칭(엔디미온) 시점의 소설임에도 그 만큼은 튀어보이지도, 나아보이지도, 사건의 현장에 있어도 그 중심에 서 있지는 않아 보인다. 마치 관찰자 같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일까하는 의구심까지도 든다. 단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하여 쓰여진 가상의 인물처럼. 마지막 책을 덮는 순간 엔디미온은 이야기꾼으로써 매우 충실한 캐릭터이며 모든 사건의 부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에 끼어들어 관찰할 뿐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가 없어도 이야기는 진행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꽤나 마음에 눈에 거슬렸던 점이 하나 있는데,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살인하지 않는 주인공 또는 히로인이라는 형식이다. 주위에서(인물, 사건)는 그렇게나 살이 잘리우고 피가 솟구쳐도 마지막의 해피해지는 순간까지 고객(관객)에게 선물해줘야할 대상이니 깨끗하고 더럽혀지지 않게하여 깨끗한 새하얀 맛을 주려는 듯 보호되는 것이다. 이런 미학은 내게는 안맞다. 허접한 작품에서나 보이는 형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까웠다.
읽으면서 마치 영화의 신scene처럼 장면장면 단위로 전개가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오랜만에 읽는 번역판이 아닌 원어가 한국어인 소설을 읽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작가의 실력은 같은 계열의 다른 작가(대량의 초판1쇄만 찍히는 작가)와는 당연 비교를 거부해야 하겠다. 이 정도 글발이면, 이 소설은 휘날리는 타법으로 타자기와 인쇄기가 활자 찍듯이 쓴 책은 아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분이시다.
간만에 낄낄거리며 책을 읽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꾼 그대의 길에 별이 빛나길!
(제 이글루에서 두번째로 트랙백을 하신 분으로 당첨 ㅎㅎ)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감상을 여기서 시원하게 보고 가네요~
잘 읽었습니다~~!